오늘은 더 게을러지기 전에 태평양을 건너온 얘기를 해야겠다.
꽤나 오래된 것 같지만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일이다.  (새삼 신기하군)

때는 2008년 9월 9일.
태평양을 건너간다는 것은 굉장히 긴 하루를 보내게 된다는 의미여서
신경써서 고른 날짜다. 9땡. 장땡보다야 못하지만 뭐. 좋쟎아? 후훗-
그렇다고 선택의 폭이 넓었던 건 아니고-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9월 8일부터 비수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이후로, 그리고 나선 곧 추석연휴.

사실 ticketing을 한 것은 꽤나 오래전 - 무려 6월이었다. 
편도는 원래 할인티켓도 안 나오는데다 필라델피아는 항공편도 많지 않으니
무조건 일찍 사는 수밖에 없다는 여행사 경력 20년 막내이모부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7월초 유류할증료 인상 직전이어서 tax 및 할증료 포함 편도 994,700원에 끊었다 .
신군은 며칠 더 찾아보라고 했지만, 할증료 전날 질러버린 덕분에 6-7만원은 더 싸게 산 셈.
결제할 때, 일주일 전에 항공사로 예약확인하라고 하길래
일부러 수첩에 적어뒀다가 9월 1일에 델타항공에 전화해서 예약 확인했더니
예약 잘 되어 있는데 뭣하러 전화하고 그러느냐, 는 식의 대응을 받아서 좀 어이 없었다.

지난 얘기를 하자면 VISA 얘기도 안 할 수 없다.
나의 VISA는 F2, 즉, 학생 신분인 가족과 동반하여 가는 케이스다.
체류 기간도 조건도 F1에 종속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필요 서류에도 F1과의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다 내놓으라고 되어 있다.
신랑님께서 결혼 전에는 혼인신고를 할 수 없다고 버티시는 바람에
당연히 비자 인터뷰도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잡았다.
그러다가 어쩐지 서류가 불안해서 한 번 미뤘는데 (8/28)
혼인신고를 하러 갔더니 문제 발생. 혼인신고가 처리되는데 접수 후 5일이 걸린다는거다.
맙소사. 그 때는 이미 인터뷰 일자를 바꿀 수도 없는 이틀전.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PIN 을 다시 한 번 사서 9월 2일로 연기. 즉 출국 1주일전 ㅡ_ㅡ
F2의 경우는 F1과 함께 인터뷰를 하는 것이 좋다던데 이렇게 되어서 F1께서는 이미 나를 버리고 가신 상태.
서류에도 문제가 하나 있었지만 이건 어쨌거나 해결했으니 패스.

정작, 예약된 시간 (오전 9시 정각)에 인터뷰를 하러 갔더니
인터뷰 시간도, 서류도  '대강' 지키면 되는 거였다.
순서대로 서류를 한번씩 점검하더니 신청서류는 들고 가서 입력을 하는 듯,
이상없이 입력되 사람들은 지문입력을 받는다.
이때 사무 처리해주는 한국 사람들이 불친절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별로 불친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금방 불러서 군소리없이 지문 입력하고 서류와 번호표를 주더니 2층으로 올라가란다.
이때부터가 오래걸리는 거였다. 은행창구랑 비슷하다. 번호표대로 창구에 가서 볼 일(인터뷰)를 보면 된다.
뭐라고 물어보나 궁금했는데 들리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왜 쟤만 통역이 없지'라고 생각했던 창구로 불려갔다.
'Good morning.'
-미쿡엔 왜 가려고 하세요?
(앗, 한국말 잘하는구나)
그때부터 묻는 질문은 나에 관한건 마지막 질문 하나밖에 없었다.
-신랑은 왜 같이 안왔어요? 학기가 언제 시작인데요? 학교 어디예요? 결혼 언제 했어요? 어디서 했어요? 축하하는 사람 몇명 왔어요? 와우! 언제 만났어요? 그렇게 오래됐어요? 근데 왜 서류에 날짜가 달라요? 허니문 어디로 갔어요? 며칠 갔어요? 일본어 할 줄 알아요? 
그리고 끝. 가랜다. 이게 된건지 아닌지 몰라서 갸우뚱 거리며 나왔는데 리젝일 땐 사유를 적어준댄다.
뭐, 아무튼 바로 다음날 VISA가 찍힌 여권이 택배로 도착했다. 

인터뷰 후부터는 거의 매일, 번역작업에 매달려 있었다.
출발 전날에는 시차 적응을 위해서 일부러 밤을 꼬박 새웠는데, 
마지막까지 일하다 간다고 구박을 좀 받았다.
꼭 그래서만은 아닌데 짐을 쌀 때 없어진 것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국제운전면허증 ㅡ_ㅡ
이건 아직까지 미스테이크... 아니 미스테리다.

평소에는 절대 데려다주지 않는 동생이 짐이 많다는 이유로-그리고 버거킹- 공항까지 데려다줬다. 
아침 6시 30분, 집에서 출발. 8시 공항 도착.
DSCF0674.JPG 
이렇게 뻥 뚫린 길을 달리고 있는데
신랑님께서 색시가 비행기 놓칠까봐 걱정이 되셨는지 전화를 다 했다.

check-in을 하면서 짐 무게가 약간 오버되었는데 대한항공에서 over-charge를 3만원 끊어줬다.
나중에 델타 체크인할 때 문제가 되면 내가 괴로와할까봐 신경써준 것 같은데, 델타항공에선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ㅡ.ㅡ
단지 Heavy 라고 오렌지색 딱지를 붙여 놓았을 뿐이다. 

이 때 한 가지 더 문제가 있었는데,
가방의 열쇠라고 가지고 온 것이 '그 가방의 열쇠'가 아니었던 것이다.
잠금쇠에 열쇠가 얼토당토 않게 안 들어갈 때의 심정이라니.
(그래서 잠그지 않고 그냥 부쳤다 ㅡ.ㅡ)

아, 그리고 황아저씨가 정말로 배웅을 왔다. 그 새벽에! 완전 고마왔다.
그간 출국하면서 배웅받아보긴 (가족포함) 중2때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출국장으로 들어갈 땐, 이번엔 carry-on이 15kg이 넘는다고 가서 부치고 오라는걸,
무거운 짐 두 개 - DSLR과 일기장 - 을 꺼내놓고,
그래도 무겁다는걸 laptop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우겼다.
마찬가지로, 다른 공항에서 트랜짓하는 동안에는 아무도 시비걸지 않았다.

그리하여 10시 30분, 나는 12번 게이트 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