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필라델피아에 온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한글날.

정확히 1개월 전에 필라델피아 공항에 내렸고,
오늘은
대서양에 발을 담그고 돌아와서
신랑과 함께 8캔째 맥주를 마시고 있다.

이제 수퍼에서 맥주를 팔지 않는 것에도,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버리는 것에도,
천장에 조명이 없는 것에도,
대낮에는 집에 전화하면 안되는 것에도,
TV에서 강호동과 유재석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아니 오히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적응해버려서 이상할 정도다.

가끔 신군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을 만나서 결혼이라는 것을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꿈결처럼 - 혹은 귀신에 홀린 것 처럼 -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어쩌다가 여기에 있게 되었는지가 real mystery.
비록 뭐든 잘못된 것은 모두 신군탓을 하며 살고 있지만
내가 이 곳에 온 것은 나의 의지도 신군의 의지도 아닌 것 같다.

정말 뭐에 씌워서 (그것이 귀신이건 콩깍지건) 여기에 왔다 하여도
이미 벌어진 일 어쩔거야.
환율이 오르고 주식이 크로스하고 미래가 아무리 불안해도
최소한 지금 이 상황이 나쁘지 않으니
감사하며 살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