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불편했다. 
월드컵 시즌에 (한일월드컵도 아니고 독일월드컵때였는데) 출간되었다고 시도때도 없이 스토리에 끼어드는 축구얘기도 불편했지만, 결혼하고 직장도 가진 여자는 수퍼우먼이 되는 것이 미덕인양 써놓는 어쩔수 없는 남자인 작가가 불편했다.
두 번째 결혼을 하고 나서 집안일도 똑소리나게 잘해놔서 트집을 잡을 수 없었다는 거다.
씨파, 그럼 소파 밑에 굴러다니는 양말짝 빨래 안 한 거 찾아내면 뭐라고 할 거였는데?
-직장 그만둬? 결혼 한 쪽 취소해? 청소도 제대로 못하면서 ... ?

남성이나 여성이나 일하는 시간은 같은데 
아내는 퇴근하고 와서 집안일을 하는 게 당연하고 남편은 '도와주는' 게 되는 걸까.
여성이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사회적 낭비라고, 결혼해서도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남성들은
혹시 '집안일도 하면서'라는 전제를 당연하게 깔고 있는게 아닐까.

필리댁, 미쿡와서 딱 한달 정말 '살림만' 하던 때,
아침에 일어나서 신랑 나가는거 보고 (아침에 바쁜데 바쁜거 없는 ㄴ ㅕ ㄴ 이 세수한다고 bathroom차지한다 할까봐 굳이 기다려서)세수 하고 아침차려 먹은 다음  집 좀 치우고  장 봐와서 반찬 한 개 만들고 나면 어두워져있고 저녁준비해서 밥먹고 또 치우고 나면 잘 시간이고. 도대체 전업주부의 자기계발과 취미생활이란 어디갔느냐 한탄하며 또 다음날.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래도 일은 communication이라도 있고 co-work이라도 있지,
집집마다 모든 살림살이가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그 밖의 살림(이게 젤 크지만)들로 이루어져있는데
주부들이 연합해서 누구는 설거지만 하고 누구는 청소만 하고 누구는 빨래만 하고 분업을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신경써서 정성들여 해봤자 별로 티도 안나고 그렇다고 대강하면 바로 표시나고 살림이란 그래서 어렵다는 얘기를
고래, 군의 손가락을 빌려 퍼온다.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사는 건 정말 힘든 일이야. 조금만 방심하면 금세
지저분해지거든. 집은 어떤 기억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냄새를 기억하고
소리를 기억하고 위치를 기억하고. 그 기억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자꾸만 예전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잖아. 그러니까 항상 주위를 둘러보고 지저분한 곳은
없는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법이야. 아무데나 옷을 벗어놔도 안되고,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어서도 안돼. 책가방은 제자리에 두어야 하고 쓰레기통은
자주자주 비워줘야 하지.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낼 때는 뭐가 떨어지지 않나
주의해야 하고, 음식을 하고 나면 가스레인지에 묻은 국물을 곧바로 닦아내야
해. 그래야 집이 지저분해지는 걸 막을 수 있어. 그렇게 주의를 기울이는데도
걸레질을 하면 더러운 게 묻어나오니 참 문제지 뭐야.
                                                                                            - 천운영, <후에>
 
물론, 포기하면 편하다.

한국에는 설날 추석이 있듯이 미국에는 땡스기빙과 크리스마스가 있는 모양이다.
손님 치르는 걱정이며 누구네 집에 가네 누구네 친척이 오네 말이 많다.

미쿠 언니들이 말한다.
제일 힘든게 장보기고요, 두번째가 음식하는 거고요,
세번째가 사람들 가고 나서 뒷정리 - 그릇 정리해 넣고 난 자리 청소하는 거 -하는거고요
네번째가 그릇닦는 설거지고요
다섯번째가 상차림하면서 앉을 틈 없이 음식나르는 거란다.

네네 맞습니다. 첫번째 두번째는 머리 써야 되고요
세번째는 일 모르는 사람은 안 보이고요
신랑님들이 도와주며 생색내는건 제일 쉬운 네번째 다섯번째지요.
근데 그게 왜 '도와주는' 거냐고. 신랑님도 이 집에 살고 있으면 당연히 하셔야 하는 일 아니냐고..
옛날에야 가장 혼자 벌어 나머지 식구들 먹여 살렸으니 가장은 집안일 안 하고 쉬셨다 칩시다
요즘은 너도 나가 벌어오라고 내미는 판이면 집안일도 같이 하셔야 할거 아닙니까요

근데 나 왜 이렇게 열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