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난 펜실베이니아주 운전면허를 땄다. 음화화핫-

임시 면허증을 받자마자 사이트에 들어가서 실기 시험 시간을 예약했다. 임시 면허증이 오기 전에도 몇 번 시도해봤는데, 시험을 볼 수 있는 사람의 Driver Number와 생년월일을 정확히 입력해야만 로그인이 된다. 로그인해 들어가면 아주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지역을 선택해 주위 TEST CENTER의 빈 스케쥴을 검색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이 중에서 가능한 시간을 선택하면 예약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당장은 없고 대체로 1~2주일 뒤의 날짜뿐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해서 무조건 가장 빠른 날짜가 있는 시험장으로 예약을 했다 - 내가 knowledge test를 봤던 Island Ave.에 있는 그 시험장이 가장 빠른 날짜였다. 역시 그 동네가 가장 한가한가보다. - 물론 시험장 예약은 전화로도 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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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예약을 해놓고 보니 차를 구할 일이 갑갑했다. 전에 시험장에 갔을 때 rent&test 라는 캡을 올린 자동차를 분명히 봤는데 - 사진도 찍어왔는데 사진에 전화번호도 없고, 웹주소는 당연히 없고 -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나오질 않는거다. 더 슬픈건,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렌트카로는 시험을 볼 수 없다는 정보만 나오는 거다. 아니 왜 운전면허시험장에 시험용 차량이 없느냐고! 이렇게 따져보았자 미국에서는 어디나 이런식인 모양이고 (자기 차량을 가지고 시험보게지 않는 주를 알고 계시면 알려주세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 시험일자 전에 시험장에 한 번 가서 그 차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신군이 늘 신세지는 - 그동안 H-MART에서 장볼 때마다 신세졌는데 ㅠㅠ - D에게 구조 요청을 해 주었다. 심지어는 D가 평행 주차 연습을 도와주겠다 해서 염치불구하고 부탁을 했다.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운전한 게 신혼여행 때 홋카이도에서니까 꼬박 9개월이 지나 있더라. 아파트 주차장으로 찾아 갔더니 D님께서 'Student Driving'이라고 써붙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좀 많이 감동. 사실 내가 주차장 넓은 데서만 살아와서 주차가 좀 약하다. 굳이 따지자면 필라델피아에도 평행주차를 할 기회는 별로 없다. 그런데도 어딜가나 평행주차 시험은 필수다. 한국에서도 실기 시험 볼 때 평행주차를 하긴 하는데 그때도 제대로 주차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ㅋㅋ - 이런 얘기를 굳이 하는건 결국 평행주차에서 떨어진 얘기를 할거기 때문이다 emoticon 

어쨌든 근처 주차장에서 평행주차 연습을 한참하고 집까지 운전을 하고 돌아왔다. 물론 몇 개월 안 하다 한다고 운전을 못하게 되는건 아니지 않은가. 할만했다. 난 그대로 가도 붙을 것 같았다 ㅎㅎ  그래도 시험보는 날도 또 D와 함께 평행주차를 연습을 하고 시험장에도 같이 갔다. 넘들은 남편이 같이 가준다던데! 신랑보다 D가 낫구나 ㅠ_ㅠ (신군은 바쁘다며 같이 안 갔다.쳇쳇 쳇쳇쳇-)

Island Ave.의 시험장에는 한국처럼 시험보는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행시험보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차장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에 주황색 콘 - 그렇다, 공사장에 세워두는 그런 플라스틱 원뿔 말이다 - 이 몇개 있을 뿐.  '대체 어디서 시험을 보는 거야?' 조금 난감했다. 근처에 숨겨놓을 수 있는 시설도 아니고. center에 들어가서 driving test 받으러 왔다 했더니 밖에다 차 대놓고 기다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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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er's Permit. 시험 볼때마다 저렇게 널찍이 기록해서야 24번 다 활용하기는 힘들 것 같음. 합격후 시험관이 빈 공간에 자기 사인을 해줬음

시험 볼 차량을 대기줄에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시험관이 차례대로 다가온다. 제일 앞줄까지 나아갔는데 20분을 기다려도 시험관이 안 오길래 뭐가 잘못되었나 하고 가봤더니 저만치서 그냥 잡담하고 있던 시험관이 '응, 알았어. 다음이 네 차례야' 하면서 가자고 하는 거다. 나는 운전석에 앉고, 시험관은 차창 밖에서 '차 주인 어디갔냐'고 찾더니 자동차 등록증과 보험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원칙적으로 임시 면허를 가진 사람은 혼자서 운전을 하면 안되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 '보호자'로 같이 가야 한다. 나는 국제 면허가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D가 내 보호자가 되는 거다. 대부분 엄마아빠나 삼촌이나 남편이나 이런 사람들과 함께 오는 모양이다. 물론 시험볼 때는 보호자는 차에서 내리고 시험관과 수험자만 차에 타고 시험을 보게 된다. 그러다 시험에 떨어지면 시험관이 보호자를 불러서 차를 가지고 가라고 하는 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험에 떨어진 이유도 보호자한테 설명해 주더라.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것 같아서 굳이 D를 불러다 얘기한 건 아니었을 거라고 본다. 음. 아닐거야.

시험관은 차에 타지도 않고 밖에 서서 왼쪽 깜빡이, 오른쪽 깜빡이, 헤드라이트를 켜보라고 했다. (아, 물론 영어로  turn on the headlignt, left signal, right signal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정면에 서서 제대로 불이 들어오는지를 체크한다. 운전석 좌석이 멀어서 조정하고 있는데 헤드라이트 빨리 켜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당황해서 왼쪽 깜빡이를 오른쪽 깜빡이를 켰다가 잽싸게 바꿨쟎아? 이것도 감점사유에 해당한다. 나중에 보니 여기서 탈락해서 아예 차를 출발시키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뭐, 그런 사람들보다는 좀 나았다고 해야 하나. 시험관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헤드라이트, 깜빡이, 와이퍼 다음에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라고 하고는 시험관이 차 뒤에 가서 빨간 불이 들어왔는지 보고 나서 오른쪽으로 돌아와 조수석에 앉는다.  조수석에 앉아 몇 가지 정보- 생년월일과 주소 등등-를 확인한 다음 출발하라고 한다. 출발하고 나서 보니 좌석이 아직 멀더라. 불편한대로 직진 좌회전 또 좌회전 해서 평행주차 구역까지 나아갔다. 아참, 역시나 시험장같은건 따로 없고 주차장을 관통해서, 나가는 길의 콘에서 평행주차를 하고, 그 다음엔 도로주행을 나가는 방식이었다. 운전이 미숙하다고 판단되면 도로에 아예 나가지도 않고 '보호자를 불러서' 집에 보낸다. 시험관이 대신 운전해서 돌아오고 그런 건 못 본 것 같다.

여하간, 콘이 서 있는 데 주차하게 차를 일단 정차시키란다. 여기서 양해를 구하고 좌석을 땡겨 앉았다. 그렇다. 나 다리 짧아서 최대한 앞으로 땡겨 앉아야 한다. 그 상태론 내릴 수도 없다. 되었다고 생각하면 시작하란다. 후진을 3번까지 해서 하얀 선 안에 넣으라는 거다. 후진 기어를 넣자 '첫번째 후진이다', '두번째 후진이다'라고 주지시킨다. 솔직히 좀 무서웠다. 두 번째 후진을 한 후 다시 전진. 일단 선 안에 들어간 것 같아서 '내 생각엔 된 것 같은데 어떠냐'고 물어봤다. 시험관이 '음, 괜찮은 것 같은데, 내려서 보자'는 거다. 그리고는 D를 불러서 바퀴가 선에 걸려 있기 때문에 안된다고 얘기해줬다. 후진 기회는 원래 3번이지만 내가 '된 것 같다'고 했기 때문에 안된다는 거다. 어흑 ㅠ_ㅠ 더 틀어볼걸! 그 정도면 될 줄 알았지! 진짜루!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그 정도면 합격할 수도 있었다. 다음번에 시험관의 채점표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숫자는 까먹었지만 차량 조작, 브레이크 조작, 신호 준수 등등에 각각 점수가 있어서, 제대로 해내지 못할 때마다 감점 체크를 해서 60 점인가 이하가 되면 탈락하는 시스템이었다. 평행주차시 선을 밟는 것의 감점으로 탈락이 되지는 않는데 내가 그 전에 브레이크 조작이 미숙한 것으로 평가될 급정차를 몇번 했거든. 그거 있쟎은가, 차가 가면서 꿀럭 꿀럭 하는거. 이게 감점이 높더라고. 에휴. 어쨌든 도로로 나가 보지도 못하고 차에서 내린 뒤 조수석으로 옮겨타고 슬퍼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어흑, 어렵게 시간 내어 같이 가 준 D한테 미안해 죽을뻔 했다.

제일 걱정이었던 것은 1~2주 내에는 시험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으니 5월중에 다시 기회가 없겠다는 점이었다. 역시나 집에 돌아와 다시 예약사이트에 들어갔더니 5월 27일 이전에 날짜가 없더라. '밥? 네가 알아서 차려 먹어' 모드로 초 낙담해있다가 다음날 밤에 다시 들어가보니 어랏, 그 사이 취소된 예약이 있었던지 1-2일 이내의 시험시간이 뜬 거다. 대뜸 토요일 낮으로 다시 예약했다. D나 차를 가진 다른 친구에게 물어봐서 시간을 조율하고 그럴 여유는 없었다. 일단 예약을 걸어놓고 봤다. 당일날 조금 일찍 가서 Rent&Test를 알아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불안해서 - 이번에도 떨어지면 또 취소된 시험이 있다 해도 5월 내에 면허증 받기 힘들겠다는 생각 - 금요일날 오전에 시험장에 갔다. 트롤리 타고 버스 갈아타고 걸어서. 아니 근데, 그 차가 없는거다. 헉, 주차장을 한바퀴 돌았는데도 캡을 씌운 차가 없다. 우.. 역시 와서 알아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지 하다가 나무 밑에서 휠체어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저.. 여기 driving test볼 때 rent할 수 있는 차가 있지 않았나요?'
-아, 있죠. Wavy 랑 찰스랑..  근데 둘 다 오늘 아직 안 나왔나 보네요.
'지난번에 보니까 여자분이 있던데..' 
-그게 Wavy예요.  몇시 시험이예요?(Wavy가 여자이름일 줄이야!)
'오늘은 아니고요.. 내일 12시요.'
-내일 그 시간에는 분명히 나와 있을 거예요. 토요일엔 시험보는 사람이 많으니까. 오늘도 쫌 있으면 나올걸요?
'아 네.. 그럼 기다려보죠..'

알고보니 이 사람은 Tauren(!) 이라는 DMV 직원이었는데 점심시간이라 쉬고 있는 거랜다. 얼마인지 혹시 아냐고 물어봤더니 $50이랜다. 기껏해야 10-20분인데 그렇게 비싸냐는 반응을 보였더니 '데리고 시험코스를 한바퀴 돌아주는 값'이라고 했다. 하긴 50불로 확실히 붙는다면 아까운 금액은 아니지만 렌트카 하루종일 빌려도 50불인데.

-하지만 렌트카로는 시험을 볼 수가 없죠.

시험차량을 빌려주는건 공식적인건 아니고 그 두 사람이 자기 차를 가지고 개인적으로 영업하는 것을 DMV에서는 그냥 용인해 주고 있는 것인듯. 30분쯤 수다를 떨고 있자니 '저기 Wavy가 온 것 같은데.' 란다. 보니까 역시나 그때 보았던 노란머리 아줌마가 내려 차 위에 캡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는 이쪽으로 다가온다.

-어이, 왤케 늦었어?
=우리 애가 딱지 끊어가지고 Court에 갔다 왔쟎우. 찰스한테 늦는다고 얘기했는데? (이건 요약본. 실제론 그 따님이 어떻게 not guilty판결을 받았는지까지 한 번에 좌라락-. 이 아줌마 상당히 수다스럽다)
-찰스도 안 나왔어.
=아픈가보네.(불라불라)

어쨌든, 11시에 만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시험장에 갔더니 이 아줌마 또 안 나왔다. 아뉘 난 트롤리타고 버스타고 한참 걸어서 왔는데 ㅡ_ㅡ 한 15분쯤 기다리니 도착. 캡을 턱, 올려놓은 뒤 차에 타라고 하더니 turn on the headlignt, left signal, right signal, wipe your window, horn, break, 의 일련의 명령을 죽욱 읊어준 다음, 시동을 걸어보랜다. 출발. 그 이후도 시험 볼 때랑 똑같이 지나가면서, 다만 시험장 내에서는 평행 주차 연습을 할 수 없다면서 시험장 밖으로 나가쟨다. '나 접때 평행주차에서 떨어졌는데' 하고 궁시렁 대면서도 안된다니 뭐, 그냥 지나쳤다. 게다가 '시험장 내에서는 연습하지 마시오'라는 팻말도 붙어있었다. (하지만 안되는게 어딨어, 나와 같은 차를 타고 시험본 애는 결국 연습해보더라. ) 나는 밖에서 연습시켜줄 줄 알았더니 끝까지 말로 떼우려고 하더라, 이 아줌마. 아 놔. 암튼, 시험장 입구에 와서 좌우를 살피고 있쟈니..Wavy 하는 말.

-OMG, you drive! you can drive!
'Sure, I've driven for 7 years in Korea.'
-I've driven for 7 years, OMG, good girl. go a head.

나도 운전경력 7년에 (장롱면허도 아닌데) 강습받는거 쪽팔리거든요 ;;; 아무튼, 밖으로 나가는 우회전, 직진 후에 신호 받아서 다시 우회전 - 이 때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기 때문에 전용도로를 침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다음 번 신호에서 좌회전 (횡단보도가 있다), 다시 좌회전 후 좌회전으로 면허시험장에 돌아오는 코스다.  말로만 봐서는 절대 시험장에 못 돌아올 것 같지만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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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코스가 이렇게 생겼다.

가만보니 뒤에 따라오는 차가 하나 있다. Wavy가 버럭버럭 화를 냈다. '이건 내 밥줄인데 저 자식이 자꾸 따라오면서 free riding'한다면서. 한 바퀴 돌고 들어왔는데 15분도 안 걸렸다. 그런데 넌(=나) 잘하니까 걍 시험보는 줄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란다. 헉. 난 아직 예약시간까지 1시간가까이 남았는데? 상관없댄다. 그러고 있는데 10대 후반의 아가씨가 쭈삣쭈삣 다가 오더니 '저 차 빌려주나요?' 이런다. 이 아가씨 시험시간은 11시 45분. 뭐 나야 상관없지. 그리하여 나는 뒷좌석으로 물러나고 이 아가씨가 운전석에 앉아 연습을 했다. 좋아좋아. 평행주차하는데 오더니 이 아가씨, 자기는 꼭 평행주차를 해봐야 된단다. Wavy가 주변을 살피더니 시험관이 아무도 없으니 지금 잽싸게 하라는거다. 이거 들키면 오늘 시험은 취소라나? 아무튼 중요한건 백미러가 콘에 걸쳤을 때 핸들을 틀라는거? 어쨌든 다시 한바퀴를 돌고 시험대기열에 와 섰다. 이 아가씨도 꽤 잘해서 Wavy가 '너넨 사고만 안내면 돼' 란다. 사고를 내면 몇개월간 자격이 박탈당한댔나, learner's permit이 무효랬나. 기억은 안난다. 아무튼 시험시간.
 여기서 Wavy의 "진짜 가치"가 발휘 되었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착한 시험관 고르는 것; 우리 앞에 성질 드럽게 생긴 (정말 성질 드럽게 생겼더라) 한 시험관이 줄줄이 떨어뜨리는데, 좌우 깜빡이 켜는거, 와이퍼 작동하는거 하다가 시동도 못 걸어보고 운전석에서 내리는거다. 가만보니까 이 헤트라이트며 좌우 깜빡이 켜는건 차마다 다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씩 다르기도 하니까 시험 전에 꼭 확인해야 될 것 같다.  괜히 꼬투리 잡히면 떨어지는거다. 오.. 초 긴장되는 상태. Wavy가 'Don't worry, girls. 저 넘이 내 차에 타도록 할 수는 없지. '하면서 차를 앞으로 빼란다. (나중에 보니 아예 시험장을 나갔다 다시 줄을 서는 등의 방식으로 교묘하게 피해가더라) 그러고는 다른 시험관을 부른다. 오, 이 아저씨 전에 Tauren이랑 수다떨고 있을 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는 바람에 사람 혼비백산하게 했던 그 아저씨가 아닌가. 나보다 예약시간이 먼저인 아가씨가 먼저 타고 떠났다. 물론 평행주차도 잘 하고. 그리고 돌아온 차에 바로 내가 올라탔다. 
 
  -에.. 이름이... 너 어디서 왔니?
  'Korea. 전에 봤쟎아.. '
  -오- 너 기억난다. 그래, 어디 시작해보자.

아..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라니. good girl 을 연발하면서 주차장을 빠져나가.. 평행주차. 이 아저씨는 내려보지도 않는다. 'perfect' 하다면서 그냥 가잔다. 물론 내가 쫌 퍼펙트 하게 하긴 했다. 자랑하고 싶은데 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슬플 정도로. 그리고 시험장을 빠져나가려는데..

- 전에 운전 했었지?
'넵. 한국에서.'
- 너 한국 어디서 왔냐? 서울?
'네'
- 내 여자친구는 부산 사람이었는데. (이때부터 이 아저씨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어머니가 아프다고 한국갔지. 그러더니 안 온다. 17년 전 얘기야..

그랴서 나는 17년전에 한국 간 여자친구 얘기를 들으며 별 문제 없이 한 바퀴 돌아왔단 얘기.

- Good girl, 저 앞에다 차 세워라. 들어가자.

시험장 안에 들어간다는건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겠단 얘기. 기다리고 있던 아까 그 아이와 같이 시험장 안에 들어갔더니, 주소랑 등등을 확인하고는 합격했다는 증명서를 써준다.  그 증명서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가면 된다. (그러는 동안 채점표를 슬쩍 볼 기회가 있었는데,  지난번에 왜 떨어졌는지 알겠더라. )

Photo ID 를 만드는 곳에 가서 증명서 쪽지를 내밀면 의자에 앉으라고 하고 사진을 찍어준다. 찍힌 사진이 모니터에 표시되는데 '이대로 할래? 한 번 더 찍을래' 하고 물어본다. 보통 두 번정도는 더 찍는 모양인데 그냥 두번째 걸로 했다. 물론 더 찍는다고 잘 나올 것 같진 않더라만.. 처음 면허 따는 애들은 자랑할 데가 많을테니까. 흠흠.  첫번째 사진은 제대로 '쪼개고' 있는 표정이라서 다시 찍었다. 사진을 선택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면허증을 프린트해주는데, 여기에는 Temporary라고 빨간 글씨로 찍혀 있다. 그리고 안내문 쪽지를 주는데 내용인즉, 신분도용의 염려 때문에 사진을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다른 운전자의 사진과 매치시켜봐서 문제가 없으면 진짜 면허증을 보내준다는 거다. 뭐 납득 가는 이유고.. (그리고 정말 CSI에서 나오는 사진가지고 얼굴 매치시키는 그런거 한단 말야? 신기하기도 했다) 일단 면허증이라는게 생겨서 기쁘니까 아무말 없이 나왔다. 근데 정작 진짜 면허증은 그냥 우편으로 보내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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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시 면허와 예의 그 쪽지. 진짜 운전면허도 비슷하게 생겼다. Temporary 표시는 당연히 없고, 배경색이 약간 다를 뿐이다. 하긴 컬러가 달라야 임시면허와 진짜 면허가 확 구분되겠지.